친구, 국민학교

2022. 12. 10. 08:09일상, 여행, 풍경/일상 - 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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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에

보자기에 책과 공책을 둘둘 말아 어깨에 메고

10리나 되는 학교길

신작로 따라 걸으면서

장난도 치고 깔깔거리며 웃던 국민학교 친구들아

 

봄이면

찔레순도 따먹고,

모닥불 피워놓고

남의 밭에 몰래 들어가

보리와 밀 꺾어다가

구워서 손으로 쓱쓱 비벼 먹고 나면

입가에 숯검정이 잔뜩

그래도 좋다고 서로 바라보면서 하하, 호호

 

여름에는

꼴망태 메고 나가

냇가에서 개헤엄 치며 멱감고

다슬기도 줍고

물고기도 잡고

냇가 작은 모래 언덕에서의 공놀이도 즐거웠지

 

가을이면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 먹고 싶어 군침 삼키고

주인 몰래 따서 나눠 먹는 맛은

꿀맛!

산과 들에 열린 익은 열매도 열심히 따먹고

입이 까맣게 되도록 칡도 많이 캐 먹었지

 

겨울에는

서투른 솜씨로 팽이도 깎고, 연도 만들어 날리는 재미

물이 있는 논이 꽁꽁 얼면

썰매도 만들어 추운 줄도 모르고 놀았지.

눈이 내리면 산으로 토끼 잡으러 갔었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만 하고

맹감나무 열매나 따 먹고 항상 빈손이었지

 

이런 기억들 더듬으면서 생각해 보니

벌써 반백 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친구들 모두 남은 인생 건강하게 잘 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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